버려야 할 줄 알았던 컵과 접시 조각들. 깨진 순간 끝인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 조각들이 또 하나의 시작이 되었다. 단단하게 붙잡힌 추억과 질감들이 하나의 트레이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기록해본다.
파편도 재료가 된다 – 깨진 그릇을 수집하는 첫 단계
모자이크 트레이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재료 수집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버렸을 깨진 머그컵, 조각난 찻잔, 이가 나간 접시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재질이 도자기라면 대부분 활용 가능했고, 색감이 있는 것들이 특히 유용했다.
조각을 얻기 위해 일부러 깨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깨져버린 그릇들을 조심스레 정리하고, 필요한 형태로 더 잘게 조각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천으로 감싼 후 망치로 가볍게 두드리면 다양한 크기의 조각이 생긴다. 날카로운 면을 사포로 부드럽게 다듬어 안전하게 다루도록 준비했다.
각 조각은 색상과 패턴에 따라 분류해두었다. 은은한 파랑, 진한 초록, 도트 무늬, 금테 장식이 살아 있는 파편들. 그냥 보면 쓰레기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조각들이 하나의 큰 그림이 될 재료였다. 쓰임을 잃은 도자기 조각들은, 다시 ‘무언가가 되려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트레이 베이스 만들기 – 모자이크가 깃들 공간
모자이크 조각들이 준비되면, 그것을 담을 베이스가 필요하다. 나는 두꺼운 나무 트레이를 선택했다. 낡은 도마나 얇은 합판을 사용해도 좋다. 중요한 건 조각들이 안정적으로 고정될 수 있는 평평한 표면을 갖는 것이다.
트레이 표면을 사포로 정리한 후, 조각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배열해보았다. 이 과정이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다. 작은 파편들이 서로 어울려 전혀 새로운 패턴을 만들고, 우연한 배치 속에서도 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각 아래에는 타일용 접착제를 소량씩 바르고, 눌러 고정해준다. 이때 손으로 조심히 눌러야 파손을 막을 수 있다. 배치가 끝나면 하루 정도 굳히는 시간을 두고, 그 후 줄눈제(그라우트)를 이용해 조각 사이 틈을 메운다. 이 작업을 통해 전체가 단단하게 연결되며 트레이로서의 실용성도 확보된다.
마지막으로 표면을 닦아내면 하나의 완성된 모자이크 트레이가 탄생한다. 조각마다 결이 다르기에 매번 전혀 다른 작품이 만들어진다. 흠이 곧 개성이 되는 순간이었다.
실용성과 감성을 동시에 – 일상 속 작은 예술품
완성된 모자이크 트레이는 단순한 장식 그 이상이었다. 아침에 커피 잔을 올려놓을 때, 책상 위에 향초를 둘 때, 문득 눈에 들어오는 그 트레이는 나에게 무언가를 직접 만들었다는 손의 감각과 성취감을 선물했다.
깨진 조각들을 다시 붙여 완성한 이 트레이는 일종의 은유처럼 느껴졌다. 부서졌다고 끝이 아니며, 조각난 것들도 새로운 역할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 애착 있던 찻잔의 조각이 트레이의 중심에 놓였을 때는 묘한 감동도 있었다. 기억이 공간에 새겨지는 경험이었다.
또한, 이 작업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서 다양한 반응을 얻었다. “이거 직접 만들었어?” “이 조각 어디서 났어?”라는 질문 속에, 하나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예쁜 트레이가 아니라, 사연이 깃든 오브제로 재탄생한 것이다.
깨진 컵과 접시가 만든 새로운 트레이는 단순한 업사이클링을 넘어선 작은 기억의 복원 작업이었다. 모자이크는 조각들이 어울려 하나의 그림이 되는 예술처럼, 버려졌던 것들이 다시 모여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