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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일까? 업사이클링 전시회에 참가해본 후기

by 알 소식 2025. 7. 8.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 업사이클링. 취미로 시작한 작은 작업들이 전시회에 참여할 기회로 이어졌다. ‘작품’이라고 하기엔 조심스러운 수준이었지만, 진심을 담았기에 가능했던 순간들. 그 공간에서 나는 관람객이자, 동시에 작가였다.

나도 작가일까? 업사이클링 전시회에 참가해본 후기
나도 작가일까? 업사이클링 전시회에 참가해본 후기

“전시회에 내 작업이?” – 참여자 등록서에 이름을 적던 순간

처음 전시회 참가 신청서를 쓸 때, 망설임이 많았다. '내가 만든 걸 전시라고 불러도 될까?' '관객이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준보다는, 나 스스로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과감히 신청서를 냈다.

참가하는 전시회는 지역의 소규모 커뮤니티가 주최하는 업사이클링 전시였고, ‘버려진 것에 깃든 이야기’라는 주제로 다양한 일반인 창작자들의 작품이 함께 모였다. 나의 출품작은 오래된 청바지를 재단해 만든 패브릭 조명 커버. 이름을 붙이자면 "Denim Light"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작품을 전시 공간에 배치하는 날, 주최 측에서 준비한 작은 작가 명패에 내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내 작업을 보고, 이름을 기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긴장되면서도 자랑스러웠다. 이 작은 진입이 취미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경험이 되었다.

 

작품 앞에 서 있는 나 – 시선과 질문, 그리고 공감

전시회 첫날,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내가 만든 작품 앞에서 누군가 발걸음을 멈췄다. "이거 직접 만드신 거예요?"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순간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답했다. 그 짧은 대답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부끄러움, 설렘, 자신감.

관람객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조명 커버를 들여다보며, 어떤 천인지, 불이 들어오면 어떤 분위기인지, 왜 청바지를 선택했는지 등을 물었다. 그때마다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어느새 대화는 ‘작품’이 아닌 ‘경험’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내 작업에 기술보다 이야기를 기억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은 한 중학생이 “나도 집에 청바지 있는데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던 순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전시의 의미가 있었다고 느꼈다. 이 공간은 완성도를 겨루는 곳이 아니라, 가능성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장이었다.

내가 만든 조명이 예술이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망설여지지만, 최소한 그 조명을 통해 누군가가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감정에 닿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라는 말이 조금 덜 멀게 느껴지기까지

전시가 끝난 날, 작품을 철수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묘하게 복합적이었다.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꿈에서 깨어나는 느낌이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다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피어났다. 이 짧은 경험을 통해 나는 ‘작가’라는 단어에 조금 가까워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작품을 만들며 느낀 고민, 설치 과정에서의 허둥댐, 관람객과의 짧은 대화들 모두가 창작자의 감정이었다. 특히, 전시 마지막 날 주최 측에서 참가자 전원에게 전시회 앨범을 선물했는데, 그 안에 내 작품 사진과 함께 “우리 모두는 작은 예술가입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 문장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전문 작가가 아니어도, 거창한 메시지를 담지 않아도, 일상에서 건져낸 감각과 손의 흔적이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건 내가 이번 전시를 통해 배운 가장 큰 가치였다. 업사이클링이라는 친근한 작업을 통해 ‘작가’라는 이름이 더 이상 멀지 않게 느껴졌다.


전시회는 완성된 결과보다 참여 자체가 주는 경험이 더 크다는 걸 느꼈다. 내가 만든 것은 조명이었지만, 그보다 더 밝아진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다. 작가는 멀리 있지 않다. 다시 만들고 싶게 만드는 마음이, 바로 시작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