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책상 서랍 속 잡동사니. 예전엔 유용했지만 지금은 애매하게 남은 조각들. 이들을 다시 쓰임 있게 바꿔보면 어떨까? 버리지 않고 조합해 감성 조명을 만들어본 나만의 미니 DIY 프로젝트를 기록해본다.
버리긴 아까운 것들의 발견: 시작은 우연한 정리였다
책상 서랍은 언제나 ‘애매한 것들의 집합소’였다. 오래된 열쇠고리, 끊어진 팔찌, 포장지 리본, 사용하다 만 문구류, 장식 없는 작은 유리병. 어느 날, 책상을 정리하던 중 이런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하나 꺼내보니 다들 과거의 기억과 함께 남아 있던 것들이다.
예를 들어, 오래전 축제에서 받은 펜던트 열쇠고리, 친구와 맞춘 팔찌의 한쪽 조각, 예쁜 색감의 포장끈 등. 쓸모는 없지만 이유 없이 버리기 망설여졌던 것들이다. 그러다 문득, 이 소품들을 조명 장식으로 재구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빛이 아니라, 추억이 담긴 오브제 조명을 만드는 셈이다.
일단 테이블 위에 하나하나 펼쳐 놓고, 크기와 색, 질감에 따라 분류해봤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조합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전체적으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이 ‘잡동사니’들은 다시 ‘재료’로 부활했다.
빛과 물건의 조합 실험: 조명 구조 만들기
조명을 만들기 위한 기본 베이스는 오래된 스탠드 조명의 프레임이었다. 전구는 여전히 작동했지만, 갓이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이 틀을 살려 새로운 외관을 입히기로 했다. 먼저 유리병을 전구 덮개로 활용했다. 병 입구 쪽에 작은 구멍을 내어 전선이 지나갈 공간을 확보했고, 병 내부에는 작은 반짝이와 말린 꽃잎을 넣어 은은한 감성 효과를 더했다.
잡동사니 중 끈과 와이어는 조명 갓 주변을 장식하는 용도로 쓰였다. 리본은 유리병 외부를 감싸는 포인트로, 팔찌 조각은 병 입구에 달린 작은 참(charm)처럼 달았다. 여기에 전구 주변에 투명 셀로판지를 덧대 빛이 은은하게 분산되도록 했고, 셀로판 위에 펜으로 짧은 문장을 써넣는 아이디어도 더했다. 조명이 켜질 때 그 문장이 벽에 희미하게 비쳐 시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조명 하나를 만드는 과정은 마치 콜라주 작업 같았다. 정해진 규칙 없이, 손이 닿는 대로 배치하고, 마음이 끌리는 재료를 골랐다. 의외의 조합이 아름다움을 만들기도 했고, 단점이라 여겼던 자재의 상처가 오히려 개성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용성보다는 감각, 그리고 기억의 조합이었다.
감성의 완성: 단순한 빛 이상의 의미
완성된 조명을 방 안 책상 위에 켜두었을 때, 단순히 불빛 이상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손수 만든 오브제의 조명은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들과는 확연히 다른 감성을 전했다. 거기엔 내 시간이, 손길이, 그리고 추억이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빛의 분위기보다도, 그걸 바라보는 내 태도였다. 무심코 지나쳤던 물건들이 다시 살아나 빛을 내는 모습을 보며, 평소에 소홀히 보았던 것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조명 안에 넣은 글귀가 벽에 비칠 때, 작은 자극과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지인들이 방에 놀러 와서 “이거 직접 만든 거야?”라고 물을 때면 조금 부끄럽지만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좋지만, 누군가 눈길을 주면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잡동사니였던 물건들이 빛을 담은 추억의 조각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프로젝트 이후, 나는 책상 정리를 이전과 다르게 하게 되었다. 무조건 버릴 게 아니라, 다시 살려볼 여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나에게 중요한 건 완성도보다, 사소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책상 서랍 속 잡동사니들이 빛과 만나 하나의 감성 조명으로 재탄생했다. 그것은 조명이라기보다는, 시간과 기억을 재조합한 하나의 감정물이었다. 다시 꺼내 쓰는 삶의 조각들. 그 속엔 작은 기쁨과 위로가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