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나무, 톱질… 이 세 단어는 내게 한없이 먼 세계 같았다. 하지만 이사 후 우연히 발견한 버려진 나무 조각들을 보며, 뭔가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톱질 한 번 해본 적 없던 내가 미니 선반을 만들기까지, 실수투성이였지만 충분히 즐거운 기록.
나무 조각의 발견, 그리고 충동 같은 시작
집 앞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낡은 가구를 해체한 듯한 나무 조각 몇 개를 발견했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못이 튀어나온 상태였지만, 자세히 보니 재질은 튼튼했고 사이즈도 선반 만들기에 딱 좋을 정도였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지만, 며칠 후 다시 그 자리를 찾았을 땐 이미 내가 그 나무를 들고 있었다.
정리한 작은 방 벽 한쪽에 선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인터넷에서 파는 것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이번에는 '내가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강했다. 그렇게 도구 한 개 없이 시작된 DIY였다.
먼저 동네 철물점에 가서 톱, 사포, 나사, 목공 본드를 사 들였다. 사장님은 내가 무슨 작업을 하려는지 묻지도 않고 “처음이면 조심해서 해요”라는 말만 남겼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든든했다. 그렇게 버려진 나무는 다시 내 공간의 일부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톱질과 실패와 뿌듯함
톱질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똑바로 자른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처음에는 삐뚤빼뚤, 손에 물집도 생기고 톱질할수록 어깨도 뻐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업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단순한 손동작이 반복될수록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도 들었다.
나무를 자른 후 사포질을 하며 날카로운 부분을 다듬었다. 페인트를 벗겨낸 후엔 오일을 한 번 칠했는데, 그제야 나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색감과 결이 살아났다. 그 순간 처음으로 '예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못질은 아직 익숙치 않아 본드와 나사를 병행했는데, 이 부분에서도 몇 번이나 조립했다 다시 풀기를 반복했다.
선반을 완성하고 벽에 달기까지 걸린 시간은 이틀. 그 중 70%는 시행착오와 조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직접 만든 선반이 책 한 권과 작은 화분을 받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모든 삐뚤빼뚤함조차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 선반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했기에 의미가 컸다.
버려진 것에서 피어난 애정
선반 하나가 생겼을 뿐인데, 방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직접 만든 가구라는 사실이 주는 존재감은 생각 이상이었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이거 진짜 네가 만든 거야?”라고 물을 때마다 부끄러우면서도 어쩐지 조금은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달라진 건 나의 ‘물건을 보는 시선’이었다. 이전에는 낡고 못생긴 것들은 바로 버리거나 치웠다면, 이제는 한 번쯤 ‘이걸 살릴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미니 선반 하나를 만들었을 뿐인데, 생활의 자세가 조금 바뀐 것이다.
또한 작업을 하며 처음엔 그저 실용적인 목적으로 시작했던 선반 만들기가 점점 하나의 작은 창작처럼 느껴졌다.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선반 이상의 것들 뭔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 물건에 깃든 애정,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미니 선반 하나로 방은 조금 더 따뜻해졌고, 나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버려진 나무 조각이 내 손을 거쳐 다시 쓰임을 얻게 되는 과정을 겪으며,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랐다. 다음에도 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