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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질도 못하던 내가 버려진 나무 조각들로 만든 미니 선반

by 알 소식 2025. 7. 9.

DIY, 나무, 톱질… 이 세 단어는 내게 한없이 먼 세계 같았다. 하지만 이사 후 우연히 발견한 버려진 나무 조각들을 보며, 뭔가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톱질 한 번 해본 적 없던 내가 미니 선반을 만들기까지, 실수투성이였지만 충분히 즐거운 기록.

톱질도 못하던 내가 버려진 나무 조각들로 만든 미니 선반
톱질도 못하던 내가 버려진 나무 조각들로 만든 미니 선반

나무 조각의 발견, 그리고 충동 같은 시작

집 앞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낡은 가구를 해체한 듯한 나무 조각 몇 개를 발견했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못이 튀어나온 상태였지만, 자세히 보니 재질은 튼튼했고 사이즈도 선반 만들기에 딱 좋을 정도였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지만, 며칠 후 다시 그 자리를 찾았을 땐 이미 내가 그 나무를 들고 있었다.

정리한 작은 방 벽 한쪽에 선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인터넷에서 파는 것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이번에는 '내가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강했다. 그렇게 도구 한 개 없이 시작된 DIY였다.

먼저 동네 철물점에 가서 톱, 사포, 나사, 목공 본드를 사 들였다. 사장님은 내가 무슨 작업을 하려는지 묻지도 않고 “처음이면 조심해서 해요”라는 말만 남겼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든든했다. 그렇게 버려진 나무는 다시 내 공간의 일부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톱질과 실패와 뿌듯함

톱질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똑바로 자른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처음에는 삐뚤빼뚤, 손에 물집도 생기고 톱질할수록 어깨도 뻐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업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단순한 손동작이 반복될수록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도 들었다.

나무를 자른 후 사포질을 하며 날카로운 부분을 다듬었다. 페인트를 벗겨낸 후엔 오일을 한 번 칠했는데, 그제야 나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색감과 결이 살아났다. 그 순간 처음으로 '예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못질은 아직 익숙치 않아 본드와 나사를 병행했는데, 이 부분에서도 몇 번이나 조립했다 다시 풀기를 반복했다.

선반을 완성하고 벽에 달기까지 걸린 시간은 이틀. 그 중 70%는 시행착오와 조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직접 만든 선반이 책 한 권과 작은 화분을 받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모든 삐뚤빼뚤함조차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 선반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했기에 의미가 컸다.

 

버려진 것에서 피어난 애정

선반 하나가 생겼을 뿐인데, 방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직접 만든 가구라는 사실이 주는 존재감은 생각 이상이었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이거 진짜 네가 만든 거야?”라고 물을 때마다 부끄러우면서도 어쩐지 조금은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달라진 건 나의 ‘물건을 보는 시선’이었다. 이전에는 낡고 못생긴 것들은 바로 버리거나 치웠다면, 이제는 한 번쯤 ‘이걸 살릴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미니 선반 하나를 만들었을 뿐인데, 생활의 자세가 조금 바뀐 것이다.

또한 작업을 하며 처음엔 그저 실용적인 목적으로 시작했던 선반 만들기가 점점 하나의 작은 창작처럼 느껴졌다.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선반 이상의 것들 뭔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 물건에 깃든 애정,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미니 선반 하나로 방은 조금 더 따뜻해졌고, 나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버려진 나무 조각이 내 손을 거쳐 다시 쓰임을 얻게 되는 과정을 겪으며,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랐다. 다음에도 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