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다시 쓰는 일이 이렇게 마음을 채워줄 줄은 몰랐습니다. 업사이클링을 반복할수록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나 자신과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식이 되어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과정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작은 깨달음들을 솔직하게 나눠보려 합니다.
'버려진 것'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의 뭉클함
업사이클링을 처음 시도했을 때, 저는 그저 ‘재미있는 만들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버려진 티셔츠나 낡은 컵, 부서진 우산 등을 만지며 손재주를 시험해보는 일. 그런데 작업이 진행될수록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통으로 갈 뻔했던 물건이 제 손을 통해 다시 쓰임을 얻는 그 과정은, 마치 작은 생명을 살려내는 것 같은 기분을 안겨주었습니다.
어느 날엔 무심코 버려둔 유리병을 조명 커버로 만들어봤습니다. 아무 기대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불을 켰을 때 은은하게 퍼지는 빛을 보며 묘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이 물건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너무 쉽게 버리고 너무 쉽게 잊었던 많은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사람도 물건도, 버려지기 전에 누군가 한 번쯤은 붙잡아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졌습니다.
만들기보다 어려웠던 ‘다시 보기’의 힘
업사이클링을 계속하다 보면,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이걸 어떻게 써볼까?’라는 질문을 먼저 하게 됩니다. 그 순간이 가장 창의적인 동시에 가장 철학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냥 쓰레기처럼 보이던 물건을 다시 바라보는 훈련은 나중엔 사람이나 관계를 대하는 시선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망가진 우산을 보며 천 부분을 어떻게 자를지 고민하는 시간이 쌓이자, 어느 날은 인간관계에서도 “이 부분만 살리면 계속 갈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언가를 온전히 버리는 게 아니라, 일부분만 고치고 다듬어 다시 사용하는 과정이 결국 나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경험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은 폐CD로 창문 모빌을 만들었을 때였습니다. 그냥 반짝이는 장식물인 줄 알았는데, 빛이 들어오는 시간마다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모습을 보며, ‘쓸모없어 보이던 것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금 느꼈습니다. 버리기 전에 다시 보는 것, 그것은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힘이 되었습니다.
'나도 괜찮다'는 작은 위로
업사이클링을 하면서 저는 물건뿐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관대해졌습니다. 처음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고, 실수하면 다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생각들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고,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한 번은 찢어진 커튼 조각으로 에코백을 만들었는데, 바느질이 삐뚤빼뚤하고 형태도 조금 어설펐어요. 그런데도 그 가방을 들고 나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놀랍도록 따뜻했습니다. “직접 만든 거야? 예쁘다!”라는 말 속에서 저는 ‘내가 만든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고, 동시에 ‘나도 뭔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스며들었습니다.
그 경험은 점차 저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뭔가를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 대한 확신을 만들어줬고,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이 과정이 어떤 상담보다도 깊은 자기 치유처럼 느껴졌습니다. 업사이클링은 나에게 “너는 괜찮아, 너는 충분히 멋져”라고 말해주는 조용한 응원 같은 활동이었습니다.
물건을 다시 살리는 일은, 결국 나를 다시 살피는 일이었습니다. 버려진 것들 속에서 되살아난 아름다움은 내 삶에도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업사이클링은 그래서, 작은 기적입니다.